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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가디언 - PS4 본문
더 라스트 가디언 - PS4
***엔딩 본 후, 감동이 극에 달해 나도 모르게 루리웹에 썻던 글인데...
언제 쥐도새도 모르게 없어질지 몰라 블로그에 옮겨놓는다... 고로 존대가 있음.
재미의 중점을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 게임이 재미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소설, 영화, 게임 등. 문화컨텐츠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광범위한 틀에서 감동이나 재미를 찾습니다.
대중문화의 가장 근본적인 성립요건중 하나가 공감대 형성인데, 어떤 포인트에서 제 공감대 형성에 벗어나 작품의 좋은점을 감상하지 못하고 넘어간다면 이 얼마나 아까울 노릇인가 싶어서 비교적 어릴때부터 평작 이하라도 끝까지 보고 씹든가 했었죠.
덕분에 35년간 정말 후회없이 문화컨텐츠를 소비하고 살고 있습니다. 너무 행복해요.
잡설이 길었네요.
사실 잡설이 길어진 이유는 감상평들을 보니 이 작품이 굉장히 호불호가 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취존해주시죠를 먼저 깔고 들어가려고요. ㅎㅎㅎ
나열식으로 간단하게 생각나는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1. 주제는 짐승과 인간아이의 우정. 스토리텔링은 누군가의 경험담.
게임이 영화적 기법을 따라가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일 수도 있습니다.
나날히 발전하는 기술력에 편집의 자유도를 생각해보면 거꾸로 적용 안하는게 손해일지도 모르고요.
이 게임은 한 사내의 신비한 경험담에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의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어떠했지... 정말 신비한 경험이었어.' '바로 그 때, 생각도 못한 일이 일어났어!'
이런식으로 침착하고 중후한 목소리의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야기의 단락과 단락 사이를 유저가 플레이하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나온 기법이기에 신선하진 않지만, 짐승과 인간의 공감대형성을 어떻게 유저들에게 납득시킬 것인가는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였습니다.
여러 동물영화들에서 이런 요소는 친숙하지만 게임에서는 정말 표현하기 힘들거든요.
영화에서 우리는 관찰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지만, 게임에서는 소년=나 이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짐승과 인간의 우정이라는 것을 굉장히 잘 풀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만남에서 데면데면 했는데 가면 갈 수록 말귀 알아듣는게 하나 둘 늘어가고, 나중에는 소년을 위한 능동적 행동을 보이죠.
나름의 애교도 부리게 되고...
사건-해결-우정도 상승이라는 간단한 이치지만, 열 몇시간 남짓하는 플레이 타임동안 정말 잘 배분한것 같아요.
'얘가 갑자기 뜬금없이 친하게 구네' 라든지, '도통 마음을 열지 않는구만' 등의 심리적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2. 애완동물.
플레이 하면서 제작진들이 애완동물에 대해서 굉장히 연구를 많이 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애완견 키워보시면 아시겠지만, 얘들이 한번에 말귀를 알아듣는 경우는 잘 없죠.(지들 먹는 것 관련해서는 귀신같이 알지만.)
지시를 아주 정확하게 내리지 않는 이상 두 번, 세 번 이상을 말해야 알아먹습니다.
토리코도 마찬가지죠. 행동은 굼뜨고, 잘 못알아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전 우리집 개시키보다는 지능이 높다는 것에 안도하며, 굉장히 편안한 플레이를 했습니다.
축생에게 뭔가를 크게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진이 토리코를 똑똑하게 만들려고 했다면, 사실 더 간단하다고 봅니다.
어떤 행동을 포괄적으로 묶어놓고, 결과를 반드시 진행 되게 해놓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토리코 컨셉 자체가 그냥 짐승 이상 이하도 아니기에 많은 분들이 답답한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겠죠.
3. 명불허전 게임음악.
이코, 완다와 거상에서도 그랬지만.
이 제작사는 정말 게임음악에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음악이 게임의 흐름에따라 구분되고, 각각의 테마별로 음악이 구성되죠...
사실, A급 스튜디오들은 전부 게임음악에 대해서 최소한의 디테일이 깊게 살아있습니다.
음악이 좋은가 아닌가는 별개로 말이죠.
라스트 가디언은 서사적 흐름에 따라 좋은 음악들을 적절히 잘 배치한 편입니다.
마치 다큐멘터리 처럼요.
엔딩을 보컬곡으로 대충 때우지 않고, 화면의 흐름에 따라 작품컨셉을 철저히 지켜가는 걸 보면, 확실히 개념있는 제작사입니다.
음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부분적으로 게임내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음악들을 외주로 만들어 대충 때려박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좀 많이 본받았으면 좋겠어요.
뭐, 이런 말 십 몇년간 나왔어도 달라진게 없었지만...
4. 구린 조작, 프레임 좀...
액션이나, 모션에는 별 불만 없습니다. 컨셉이니까요. 잘 지켜야죠.
PS4로 넘어오면서 조이패드는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조작 센서나, 버튼의 감압정도 등... 좀 더 유저 밀착적으로 엄청나게 좋아졌죠.
제작진들은 모션을 최대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하는 듯 한데, 그렇다면 툭 밀면 모션이 휙 바뀌는 일은 없어야죠.
오히려 컨셉에 안 맞다 봅니다. 지향점은 페르시아 왕자인데 어찌 하는건 록맨인건지...
프레임 정말 별로입니다.
이코나, 완다와 거상은 불편한게 조금 있어도 시점이 맵 자체에서 크게 바뀌는게 아니기 때문에 프레임이 떨어져도 나름의 맛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을 네이션 드레이크로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안되죠.
솔직히 눈이 좀 많이 피곤했습니다.
아. 참고로 PS4 Pro로 플레이 했습니다.
5. 총평
내적인 불편함을 감수하고 엔딩을 볼만한 게임입니다.
단락의 개연성은 주제를 해치지 않을정도의 선에서 잘 배치되었습니다.
자세한 환경설명, 논리적 당위성, 복선 등을 찾는 것은 이 게임에 맞지 않습니다.
케릭터의 복장이나 문명수준, 크리쳐들의 행동양식 정도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는 주제이며, 개시키 한마리와 더불어 지내는게 얼마나 신경쓰이면서도 뿌듯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동화같은 이야기가 끝이 나고 엔딩화면을 보는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아쉬움이 느껴진다면 여러분 맘속에 아직은 동심이라는 것이 남아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p.s 프레임이 60프레임이었으면 게임 평점이 1.0은 더 올랐을 것 같네요.